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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용의 작은 기록 RSS

저는 1997년 1월 해군으로 입대해서 1999년 5월 전역한 예비역 병장입니다.
연일 쏟아지는 뉴스기사를 보면서, 오열하는 실종자 가족들을 보면서, 답답한 정부, 군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일이 생길 수 있는지... 가슴이 아픕니다.

이번 일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어 지극히 주관적인 시점에서 얘기를 할까 합니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제 경험에 근거하는 제 생각이므로 잘못된 내용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병때부터 상병7호봉까지 함정근무를 했습니다. 함정근무 중 다시 발령이 났는데 둘 다 상륙함(LST)이었습니다. 당시 집이 창원이라 연고지 근처에 지원했고 작전사령부(당시 진해) 소속인 상륙함으로 발령이 난 거 같습니다.

상륙함은 상륙군(해병대, UDT 등등)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정기적으로 포항에서 해병대와 대대적인 훈련을 합니다. PCC(초계함)와 같이 2급함으로 함장이 중령이며 100여명정도 근무하고 크기는 PCC보다 더 큽니다. 1,2,3함대도 아닌 작전사령부 소속이구요. 그래서 보통 진해에 머뭅니다. 1,2함대의 PCC나 FFK처럼 NLL근처에서 순찰하는 임무는 없습니다.

당시 취역한지 40년이 넘은 퇴역직전의 함정이라 주업무가 교육지원이었습니다. 정식으로 자대에 배치 받기 전의 사병들이 실습을 하기 위해 타는 것이죠. 훈련병부터 예비 장교까지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상륙함(LSX라는 차세대 상륙함 2번함이었습니다.)의 건조가 완료되어 그 쪽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정말 좋더군요. 별의 별 편의 시설이 가득한 신형함이었으니까요.
근데 어찌된 일인지 상병7호봉에 갑자기 육상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취역함에 들어온 병은 전역때까지 거기서 근무하는 게 일반적인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백령도는 정기수송을 위해 한번 가본적이 있습니다. 그때 생각나는 건 육상에 대기한 사람이 홋줄을 걸어줘야 하는데 해병대 사병이 어디에 거는지 헤메고 있어서 갑판장님이 매우 호통을 쳤던 것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 항해가 어려웠거나 하는 건 없었지요. 오히려 동해안의 거센 파도가 저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무서운 녀석입니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거죠. 앞서 얘기했던 포항에서 하는 상륙훈련을 두번 가봤는데 두번다 태풍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 왔습니다. 훈련일정을 잡을 때 기상이나 바다상태를 당연히 고려했을텐데 말이죠. 바다의 상태가 너무 안 좋으면 보통 적당한 곳에 투묘를 해서 기다렸다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북방한계선에서 순찰중이었거나 다른 임무가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겠죠.

사고난 시점의 상황을 상상해봤습니다. 저녁 9시 반. 12시, 4시, 8시에 당직교대를 하기 때문에 당시 당직근무자들은 각자 제자리를 잡고 평소와 같이 근무를 한참하고 있었을 겁니다.

저는 갑판병이었기 때문에 함교에서 근무를 했는데 일이병때는 함교 바로 밖에서 견시를 봤습니다. 레이더로 보기 힘든 물체를 망원경으로 보고 함교에 보고하는 역할이죠. 상병 달고 얼마 안되어서는 기관전령수를 맡았습니다. 쉽게 말해서 엑셀레이터를 밟고 떼는 역할이죠. 제 맘대로 하는 건 아니고 지시에 따라 올렸다 내렸다 합니다. 근데 항해중에 조작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헤드폰은 기관실과 연결이 되어 있어서 기관실 당직자가 음악을 틀어주면 듣기도 했습니다.

항해중에는 항해당직자 외에는 어떤 일을 할까요? "그냥 쉰다"가 거의 정답입니다. 4시간, 4시간 하루 총 8시간을 근무하는데 다른 시간 동안은 할 일도 없고, 잠도 자둬야 하죠. 몇날 몇일 답답한 배안에서 멀미와 싸우고 있는데 얼마나 녹초가 되겠습니까? 물론 낮에는 각종 보수작업등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항해중에는 점호가 없습니다. 군에서는 매일 저녁 점호를 실시해서 그전에 청소도 하고 인원점검하고 등등 매우 경건한 의식을 합니다. 하지만 항해중에는 인원체크만 합니다. 9시반 정도이면 인원체크가 끝난 상태에서 일부는 잠을 청하기도 할 것이고 일부는 티비를 보거나 여가를 즐기고 있었을 겁니다.

항해중에는 항상 야식이 나옵니다. 보통 8~9시 사이에 나오는데 식사시간에는 식사교대라는 것이 있습니다. 당직시간이라는 것이 식사, 야식시간이 포함되기 때문에 다음 당직자가 먼저 밥을 먹고 교대해 주는 것이죠. 하지만 저정도의 시간이라면 원래 당직자가 당직을 섰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뉴스보도를 보면서 의문점이 드는 것이 있습니다. 마치 뭔가 급박한 상황이어서 통상적이지 않은 곳을 가고 있었다는 것인데, 만약 어떤 중요한 임무수행중이라면 전투배치상태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전투배치 지령이 내리면 기본적으로 근무복을 입고 구명자켓을 입은 뒤 본인의 위치에 찾아가야합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자켓은 커녕 내복차림으로 긴급하게 탈출한 사병들이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훈련얘기를 조심스레 꺼낼까 하는데요. 전투배치 및 소방훈련은 수시로 이뤄집니다. 소방훈련은 가상으로 특정지역에 불이 났다는 상황하에 함내총원이 정해진 자리에서 불끄는 시늉을 합니다. 정박중에는 매일 저녁에 갑자기 합니다. 전투배치는 항해중에 실시합니다. 특별히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자주 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보도를 처음 접했을 때 방수훈련, 이함훈련이 떠올랐습니다.

방수훈련은 육상에서 하루정도 받게 되는데요. 모의로 격실을 하나 만들어 두고 조를 짠뒤 물을 채웁니다. 그러면 파이프나 벽에서 물이 튀어 나오고 주어진 도구를 이용해서 물을 막는 훈련입니다. 솔직히 말해 이런 훈련을 여러번 해온 중사이상의 하사관이나 병장정도 외에는 능수능란하게 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도구를 미리 준비한 상태와 불시에 닥쳐온 사고는 완전히 다를 테니까요.
격실 밀패의 경우 훈련병때부터 누누히 들어온 말이지만 극박한 상황에서 도어를 완전히 닫고 며칠 동안 안에서 숨죽이고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속에서 산소조차 거의 없는 상태에서... 상상조차하기 싫습니다.
함내가 얼마나 좁냐면, 계단을 오르내릴때 상급자가 있나 확인하고 대기한 다음 이용해야합니다. 두명이 절대 다닐 수 없습니다. 통로를 지날 때에도 상급자가 나갈 수 있게 최대한 밀착한 상태에서 경례를 합니다. 처음 배에 타면 배우는 것들이 그런 좁은 공간에서의 예절입니다.

이함훈련은 딱 한번 해봤습니다. 두번째 근무한 함정이 새롭게 취혁하는 함정이었기 때문에 해군에서 정한 모든 훈련을 다 통과해야 취역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기초부터 모든 훈련들을 다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함정들은 어떨까요? 저도 그때가 아니었다면, 이함훈련 뿐만 아니라 구조훈련 등은 하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
고속정들이 먼저 현장에 도착했지만 바라보기만 한 이유가 물론 거센 파도였기 때문일 수 도 있지만(배라는 것은 정박하지 않은 이상 움직입니다. 따라서 투묘를 해서 닻을 바닥에 박거나 다른 배에 붙어야 합니다만 배와 배가 붙는 일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더 큰이유는 구조훈련을 해보지 않아서가 아닐지 모릅니다. 저도 취역훈련 중에 마네킹을 가지고 구조훈련을 해보면서 '이런 것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형식적인 훈련이 아닌 제대로된 방법을 만들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기사를 접할 때마다 내가 저 안에 갖혀있다면, 우리 가족들은 그런 나를 기다린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밀폐된 작은 격실에서 1초가 하루같을 그들을 생각해봤습니다.

오늘로 침몰 6일째입니다.
희망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실종자 가족들, 해군에 근무하는 많은 장병들의 가족을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지길 빕니다.


"최정환 중사 누나 입니다" http://www.navy.mil.kr/bbs/articleView.action?boardId=1039&articleId=110353&page=2&index=4 라는 글을 보고....




구조작업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님의 명복을 빕니다. 사실 제가 해군에 가게된 이유가 SSU 준위로 근무하신 외삼촌 때문입니다. 제가 병장때에 돌아가셨는데, 이번일로 외삼촌이 자꾸만 생각이 나네요.
2010/03/31 09:04 2010/03/3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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